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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의 어느날

고양이등불 2016. 4. 5. 03:09


내가 해외에 있을 때 이야기다.






지중해의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나폴리로 여행을 갔다.







당시 나폴리는 관광객 습격사건으로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바짝 긴장한 나는 경계심을 


품고 이리저리 다니고 있었다.






대중교통이 안전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지하철로 들어섰다.






매표기 앞에서 표를 끊기 위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있어야할 영어가 없다.






오직 이탈리어로만 적힌


매표기를 보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나도 모르게 옆에 있는 여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또 한번 놀랐다.



허름한 옷에, 얼룩진 담요를 둘러싼 아기를 손에쥔 여인의 모습에






아마도 나는 10유로를 쥐고있었던듯하다.



얼떨결에 그녀에게 건내주게 되었고



그녀는 몇 유로하지 않는 티켓을 알아서 척척 뽑아주더니



매표기 밑으로 떨어지는 동전을



정말 어설픈 솜씨로 한손에 돈을 움켜쥐며



나에게 단돈 2유로와 몇센트를 주었다.







이미 그녀의 손에는 2유로 동전 2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돌려달라고 했다.







처음엔 모른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하나의 동전을 건내주었다.






그리고 새끼손까락속에 숨겨진 2유로를 꼭쥐며 



긴장한 눈빛으로 날 보라봤다.






아직 2유로를 받지 못한 나는



사기를 당할순 없다는 생각이 먼저 앞선던듯하다.



어린마음에 모두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었다.







계속 달라고 재촉했다.



그러더니



버럭 화를 내며 



눈에 눈물을 머금은 모습을 보이다. 



뒤돌아 저만치 가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녀의 표정과 아기를 같이 볼 수 있었다.



몇일은 굶었던듯한 얼굴..



누군가를 기다리는 초조함..



그리고 절망감을 보았다..






그리고 등을 돌리며 



저벅저벅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 무언가의 감정이 나를 메우고있었다.







멍하니 바라보며



나는 왜 돈을 더 주지 않았나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그 때 주지 못한 돈이



아직도 나에겐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나를 반성하고



또 내가 얼마나 나쁜놈이었던가.. 자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4년이 넘은 지금



아직도 이따금 그 때가 떠오른다.